사우디 현장으로 온 지 어언 4개월이 지나 설레고 떨리고 무서운(?) 첫 휴가가 불과 하루 뒤로 다가왔습니다. 휴가 기간 동안의 업무를 위해 우리 팀의 귀염둥이 막내 정주임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하던 중 정주임이 제게 묻는 겁니다.
“대리님은 한국가실 때 선물 뭐 사가실 거에요?”
“뭐… 부모님 선물은... 사서 가야겠지?”
“여동생도 있으시잖아요?”
“결혼한 여동생이야 뭐 자기 남편이 챙기겠지.”
“아… 저는 여동생한테 어릴 때 하도 골탕을 많이 먹어서 ‘절대’ 선물은 안 사갈 겁니다.”라고 하는 겁니다. 도대체 얼마나 골탕을 먹었길래 ‘절대’라는 단어가 들어가나 싶어 정주임에게 물었더니 어느새 비장한 표정이 되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때는 바야흐로 20여 년 전 초등학교 시절의 어느 날, 어머니께서 급한 일로 집을 비우셨습니다. 동생과는 달리 점심 도시락이 필요한 초등학교 고학년이었던 정주임… 도시락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는데, 어린 여동생이 기특하게 도시락을 싸줬습니다. 믿음은 그리 가지 않지만 어쨌든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학교에 등교를 해서 수업을 듣고 기다리던 점심시간이 되어 도시락을 열었는데…



!!!
동생이 싸준 도시락 밥 위에는 지우개가루가 뿌려져 있고 반찬 통에는 멸치국물을 우리고 남은 멸치가 있는 겁니다. 도시락 상태를 보고 머리 끝까지 화가 난 정주임은 지우개가루가 들어간 도시락을 쓰레기통에 버려 버리고 이를 갈다 하교를 하고 집에 가서 ‘어른의 힘’으로 동생을 혼내 줬습니다.




어린 마음에 못된 장난을 한 동생을 혼내주고 다시는 그런 장난을 하지 않겠지...하고 뿌듯한 마음에 잠이 든 정주임... 다음 날 학교에 가서 수업을 받기 위해 가방을 열었는데,



???
!!!




가방 안에 당연히 있어야 할 책은 사라지고 왠 브래지어와 과학상자가 있는 겁니다.

자기가 먼저 골탕을 먹였음에도 불구하고 혼난 여동생이 복수를 하기 위해 정주임이 자기 전에 가방을 미리 싸둔 다는 것을 이용해서 미리 싸 둔 가방 안에서 책을 모조리 빼서 숨기고 대신 어머니 브래지어와 과학상자를 넣어둔 겁니다.



그 뒤로도 수시로 골탕을 먹던 정주임이 편해진 건 오빠를 괴롭히는 것보다 학교친구들을 괴롭히는 게 더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입니다.(친구들에게 조의를…) 그 말썽쟁이 초등학생도 이제는 시간이 흘러 어엿한 학습지교사가 되어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는데 아이들에게 장난치는 법을 가르치지 않을까 살짝 걱정이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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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d by White Sa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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